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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 첫 번째 사람- 아서 플라이슈만 · 칼리 플리아슈만 지음

J_카타리나 2024. 4. 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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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puebHk5Di0

 

 

책 속에서

 

P. 9

“우리 아이는 자폐아입니다.” 그 짧은 세 마디 말은 무수히

많은 이상한 행동과 결점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칼리가 다른 아이와 달리 이상하게 행동하고, 옷에 물 한 방울이라도 튀면 옷을 벗어 던지려 하고, 그네 타기 같은 반복적인 행동을 좋아하며,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의 줄임말이었다. 칼리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시끄러울 때는 귀를 막았다.

그리고 자주 울었다.

또한 결코 몸 흔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절대로.

 

P. 23

매일같이 이곳저곳 병원이며 연구실로 아이를 끌고 다니는 와중에

문득 우리는 아이를 그저 분류하고 정의하는 데

급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몸을 얼마나 많이 바늘로 찔러대야만 할 것인가?

땀에 절은 그 작은 머리에 뇌파 검사용 센서를 붙이고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룰 것인가?

유발전위나, 청력, 시력 검사는 엄마나 더?

피부와 근육 조직 검사는?

만나는 의사, 간호사, 이웃들에게 끊임없이 아이의 병력을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했다.

 

P. 35

마룻바닥에 앉아 몸을 흔들며 울곤 했던 칼리는

이제 스스로 일어설 만큼 발전했다.

네 살이 된 칼리는 부엌으로 달려가 의자를 놓고

전자레인지 위 찬장에 넣어 둔 크래커와 젤리를

꺼낼 수 있게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칼리는

찬장 안에 있는 물건들을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치고

크래커 박스를 찢어 내용물을 마구 던지곤 했다.

피곤에 찌든 어른이 달려가 막기에는 너무나 민첩했다.

 

P. 41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그 아이는 자폐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아할 수 없어요."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쨌든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선생은 간단히 대답했다.

우리가 아는 한 그녀는 자폐나 칼리의 특성에 대해서 알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칼리를 맡아 줄 숙련된

응용행동분석 치료사를 보냈기 때문에 그녀는 칼리를 가르칠 필요도 없었다.

칼리가 조용하게 집중할 필요가 있을 때는 작은 작업실로 데리고 갔기 때문에

교실에 하루 종일 머무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전세는 기울었다.

칼리에게 겨울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학교를 떠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P. 58

“이런 빌어먹을, 칼리.” 북받치는 감정으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만해. 빌어먹을 짓 좀 그만하라고. 나도 지쳤어.

이 집에 살고 싶으면 똑바로 행동해야 해.” 나는 쏘아붙였다.

하지만 그런 뼈아픈 위협을 한 뒤에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졌고, 그 위협이 언젠가 빈말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밤낮으로 매일 같이 칼리를 쫓아다니며

아이가 물건을 부수고 헤집어 놓을 때마다

다시 되돌려 놓은 이 생활은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니었다.

 

P. 86

칼리, 너를 여기에 머무르게 하는 걸 용서해다오.

제발 영원히 나를 미워하지는 말아다오.

제발 버려졌다고 느끼지 말고 희망을 놓지 말고

팔에 붕대를 감을 정도로 팔을 물어뜯지는 말아다오.

오래지 않아. 나는 전에는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 밀려드는 것을 깨달았다.

 

P. 109

바브는 칼이와의 수업을 끝내자마자 우리 집으로 달려왔다.

그날의 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브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칼리는 정말 똑똑해요 인지력과 이해력도 좋고 무엇보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풍부한 감정을 갖고 있어요.”

그녀는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는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마도 사실이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조용히 음료를 마시면서 앉아 있는 동안

우리는 미운 의붓자식 같은 대접을 받는다고 느꼈던 칼리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지 생각했다.

 

 

P. 128

“사람들에게 이해심과 배려심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내가 설명해 줄 수도 있지만 아무도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도 모두 내면의 목소리를 지닌 사람임을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칼리

 

P. 129

많은 절망의 블랙홀이 계속 이어졌다.

때때로 칼리는 예닐곱 시간을 평화롭게 잤지만,

그것은 거의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그 많은 의사들 중 아무도 아이의 불면증과

불안증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보통 우리가 방해받지 않고 자는 시간은 약 3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은 인간 정신의 시험대였고

우리 부부가 병을 앓지 않은 것만도 행운이었다.

 

P. 210

만약 사람들에게 자폐증에 관해서 한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이런 식으로 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그러니 화를 내지 말고 이해해 달라고요.

사람들은 자신들과 같지 않거나 이상해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는 모두 똑같지 않은데 왜 같기를 원할까요?

 

 

P. 299

“제 자신에게 그만두라고 하지만 전 할 수가 없어요.

아들에게 방을 청소하라고 소리 질러도 안하잖아요.

제 몸도 마찬가지예요.

언제나 원하는 대로 말을 듣는 게 아니거든요.

마친 내면이 몸으로부터 찢겨져 나간 느낌이에요.

제가 점점 더 그렇게 하지 못할수록 더 많이 아파져요.

고통을 참기가 너무 힘들어요.

제가 울고 바닥에 머리를 찧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그런 게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요.

저는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아요.

제 자신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서 그렇게 행동하는 거예요.

제가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쓰지 않는 게 아니에요.

그저 저 자신을 그렇게 만들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것을 설명하거나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거예요.”

 

P. 322

저는 우리 모두에게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고 믿어요.

그저 그것을 밖으로 끌어낼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자폐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자녀들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무한한 사랑과 이해가 필요한 아이들...

무한한 인내 없이는 키울 수 없는 아이들...

 

그래서 무한한 사랑과 무한한 인내를 가져야만 하는 부모들...

아마, 그 분들에게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웃과, 사회가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그분들의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