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노동의 종말 그리고 플랫폼 노동
효율과 합리 속에서 일이 많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택시를 잡는 대신 스마트폰을 켜고 자동차 호출 앱을 터치한다.

위치 정보를 켜고 차량 종류를 선택한다.

지역 옵션도 넣고 도착지를 입력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 대기하고 있는 차가 배치된다.

기사의 얼굴과 전화번호, 차량 번호가 뜬다. 차가 도착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함께 알려준다. 5분 뒤, 3분 뒤, 1분 뒤. 도착. 차를 타고 이동한 뒤

서비스를 별점으로 평가한다.

 

휴대폰 몇 번만 터치하면 음식을 주문하고 이동할 수 있는 디지털 신세계

이른바 '맥잡McJop '이라 불리던 저임금 노동자들의 열악한 일자리마저

키오스크로 대체되는 시대가 왔다...

점점 더 편리해지는 삶과 사람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풍격 속에서,

우리의 일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까.

 

긱 경제(Gig economy) : 일자리가 아닌 일감을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계약을 맺고 움직이는 경제 모델

 

긱 경제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점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노동자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노농을 할 수있고

여러 일감을 소화하는 'N잡'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요가 크게 늘면서

고용이나 업무 형태가 바뀐 것도 긱 경제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

 

가치가 매겨지는 회색 지대 사람들

 

플랫폼 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것만 아니라, 노동을 중개하면서 돈을 번다. 거래 조건도,

노동력을 팔 사람들의 '자격'도 가격과 품질의 기준도, 결제와 보상도 모두 클랫폼 기업이 정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고용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플랫폼 기업은 자신들과 '계약한' 사람들의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감을 선택하는 것은 분명 일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업무 전반을 조정하는 것은 업체가 깔아놓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조정할 힘은 플랫폼에 있으며, 플랫폼은 그것을 '운영정책'이나

'가이드라인'으로 포장한다.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끊임없이 업무를 조종당하고, 평가받으며 다른 노동자들과의 경쟁에 내몰린다.

 

2020년 9월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온라인 배송업체 아마존의 식려품점이 홀푸드마켓 앞 나뭇가지에

스마트폰들이 아슬아슬 놓여 있는 사진을 실었다. 직원들이 재미 삼아 나무에 스마트폰을 달아놓은 것이 아니다. 아마존에 주문이 접수되면 알고리즘에 따라 매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배달 기사의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발송된다. 단 몇 센티미터라도 가까이 있는 스마트폰이 일감을 따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사들은 휴대폰 한 대를 매장 주변의 나무에 놓아두고 다른 휴대폰으로는 '콜'을 기다린다.

경쟁자인 다른 기사들을 앞지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 구조에 갇힌 기사들은 알고리즘을 상사로

모시며 지시와 요구 조건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