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연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교육 스케치 7탄(아들의 손자는 아마 낙타를 다시 타야 할 거야. )
박수연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교육 스케치 7탄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니자는 건 아니지만..
2018년 사상 최악의 폭염, 2019년 수차례 반복된 태풍, 그리고 2020년 54일간의 최장기간 장마를 거쳐 우리는 다시 ‘열돔 폭염’의 2021년을 지나고 있다. 한밤의 온도가 25도 이상으로 지속되는 열대야 일수는 7월 27일 기준 서울 12일, 인천 14일, 그리고 제주 20일로 이미 평균 열대야 일수인 12일을 넘어섰고1) ‘열돔 폭염’으로 인해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752명으로 집계(7월 27일 기준)되었다. 또한 사망자도 10명(7월 9일 이후 7명)이나 나왔다2).
연일 35도를 넘어서는 폭염에 실내 작업장이나 집안에서 온열질환이 발생한 경우도 139명이나 되었고 그 중 2명은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게다가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7일에는 전력 사용이 올 여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3).
폭염과 홍수, 이상기후 속 지속가능한 에너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듯 폭염이 계속되는데, 이웃나라 중국과 미국, 유럽에서는 유례없는 홍수로 지하철이 물에 잠기고 자동차가 물에 떠다니는 등 극심한 이상기후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150여 개국 과학자 1만3천800여명은 지난 7월 28일 공동선언문을 내고 화석연료 사용 중단과 생물 다양성 보호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4)
정말 그렇게 심각한 걸까? 아래의 그림2는 지난 해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발간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에서 보여주는 한반도의 일 최고기온 연 최댓값과 최솟값 예상 시나리오이다. 탄소배출감축을 달성하지 못한 고탄소 시나리오(SSP5-8.5)의 경우, 일 최고기온은 약 8.7도씨 상승한 41.2도씨, 최저기온은 10도씨 상승한 영하 8.5도씨이며, 탄소배출감축을 최대로 실현한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에서도 약 2.9도씨 상승한 35.4도씨이며, 최저기온은 3.7도씨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탄소 시나리오에 맞춰진다면 이번 세기 말쯤에야 한반도의 일 최고 기온이 35.4도인데, 지난 7월 서울의 기온을 살펴보면 이미 그 수준은 지나버렸음을 알 수 있다. 다음 그림4에서 보는 것처럼 34.5도를 넘어서는 날이 7월에만 10일이나 되었고, 고탄소 시나리오 상 2040년까지의 일 최고온도로 예상하는 34.9도를 넘어서는 날이 8일, 그리고 지난 7월 24일에는 2060년까지의 미래 중반기에나 올 것이라고 생각한 36.4도를 0.1도 넘어선 36.5도를 기록했다. 이것은 이미 저탄소 시나리오상의 세기 말 최고 온도인 35.4도를 1.1도씨나 넘어선 수치이다.
고탄소(8.5)/저탄소(2.6) 시나리오란?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부터 사용한 RCP시나리오의 가장 최악의 결과와 최상의 결과를 의미한다. RCP시나리오란 온실가스에 따른 기후변화 시나리오로, 그림3과 같이 4단계로 구분된다. 하지만 실상 저탄소 시나리오로 구분한 RCP2.6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날은 더워지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4차 대확산으로 밖으로 나갈 수는 없는 꽉 막힌 상황, 기후위기를 막으려면(적어도 늦추려면) 하루빨리 탈석탄을 이뤄내고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지만 온열질환으로 집안에서조차 죽음에 이르는 에너지 정의의 문제 앞에서 결국 우리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찾아야하는 세기의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것은 UN총회에서 전세계가 합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7번 목표인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이슈이다.
깨끗한 에너지로의 접근을 보장할 수 있을까?
에너지는 음식을 하고, 물건을 만들고, 공간을 시원하거나 따뜻하게 하기 위한, 우리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 7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보장, 재생에너지 비율 증대, 에너지 효율 개선률 2배 증대, 이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 및 청정에너지 투자 촉진을 위한 국제협력강화와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지원 등의 세부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올 해 발간된 전 세계 에너지 현황에 대한 보고서(World Bank, 2021)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여전히 전 세계 인구 중 약 10%, 약 7억 5천 9백만 명의 사람들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동시에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설비를 확충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세계는 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지난 2017년,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전세계 139개국에서 2050년이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고(이투뉴스, 2017.08.28), 2018년 한 해 동안 전세계 태양광발전 설치량만 해도 우리나라 신고리1호기(1GW기가와트)의 109배에 달하는 109GW에 이른다는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국제신문, 2019.01.28). 이러한 기사들을 접할 때면 마치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금세 이루어질 것 같다는 착각이 일어나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게 달콤하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가 전례 없는 발전을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비해 전체 에너지 사용량 대비 비율을 여전히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전 세계의 에너지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제 재생에너지 비영리 단체인 ‘21세기를 위한 국제 재생에너지 정책네트워크(REN21)’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2021 세계 현황 보고서’는 2009년 대비 2019년에 화석연료 사용 비율은 고작 0.1%줄어든 80.2%이었으며, 그 사용량으로는 역대 최대치였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1차 에너지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약 1.9%를 차지한다(2018년 기준). UN SDGs 목표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재생에너지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이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합한 말로 신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해 이용하거나 수소․산소 등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 또는 열을 내는 것이고, 재생에너지는 햇빛, 물, 풍력 등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해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보다 신에너지 보급이 2018년 기준 두 배 가량 높은데, 각각의 생산량은 다음 그림6과 같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중 약 75%가 폐기물과 바이오에너지이다. 하지만 폐기물 에너지는 소각시 배출되는 환경오염물질로 인해 친환경 에너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바이오에너지 역시 필요한 유기물을 얻기 위해 단일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해야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생물종다양성의 훼손과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인한 부가적인 문제들을 무시할 수 없다.
많이 만들면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최근 독일경제연구소(DIW Berlin)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완전 공급 시나리오를 계산하여, 향후 10~15년 안에 재생에너지로 전체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 발표했다. 또한 EU 집행위원회는 대규모 탄소배출 감축계획을 통해 2050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 EU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서는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조만간 시행할 계획이다. 2017년부터 직접 생산한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한다는 애플사와 같은 글로벌 RE100기업5)들도 조만간 협력사들에게 RE100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지역공동체 혹은 글로벌 기업들의 요구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에 관한 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LG전자도 2050년까지 전 사업장에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발표했다. 화석연료 기반의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많이 만들면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탈석탄을 달성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앞선 그림5에서 본 것과 같이 우리의 욕구만큼 제한 없이 사용한다면 재생에너지 생산량도 늘리고, 화석에너지 사용량도 늘려서 에너지 과용의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도 우리의 필요와 욕구를 분명하게 구분해야할 때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이상기후의 심화, 이러한 이상기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용하는 에너지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뒤집어엎는 수준의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환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방식의 전환이다.
이제까지 “너희는 만들어, 우리는 쓸게”라는 식으로 대도시의 에너지를 농어촌 지역에서 만들어 공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야한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대도시 안에서 필요한 전기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것, 이는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라고 하는 일종의 독립형 전력망(Network)이다. 이러한 마이크로그리드를 도입하면 멀리 떨어진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의 송․배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손실 문제가 감소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대규모 발전소의 설립과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에너지 다소비 지역인 도시가 책임 있게 이 문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6).
개인주택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해서 소규모 전력생산을 하는 서울시 노원구나 서울 십자성마을 등과 같은 에너지 전환마을이 이러한 좋은 예일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시청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몇 년 전부터 눈여겨보던 미니태양광 설치 지원사업이 필자가 사는 지역에서도 진행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신청서를 다운로드 받고, 관련 공지를 살펴보다가 ‘공동주택 신청자는 관리소장 및 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 필요’라는 문구를 보고 시청에 문의를 했다. 이에 공동주택관리규약에 따라 베란다에 돌출되는 설치물을 설치할 때에는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계획도시로 아파트가 대다수인 시에서 개인의 의지와 노력을 통해 이 동의를 받아내야만 소규모 에너지 자립의 길에 겨우 한 걸음을 내 딛을 수 있다니, 솔직히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마이크로 그리드를 통한 에너지의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에너지 생산설비에서만큼은 기존의 규제에서 예외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니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제 자의로든 타의로든 에너지 전환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가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세계경제포럼은 석탄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지수를 발표하는데, 전경련은 이번 2021년 발표된 에너지전환지수를 분석해 선진국과 비교하여 우리나라가 선진국 31개국 중 29위, 전체 115개국 중 49위로 선진국 평균보다 7.6점이 낮았다고 발표했다.
탄소배출에 대한 최초의 규제인 교토의정서가 채택되고, 탄소배출에 대한 법적규제를 받았던 1차 공약기간에 우리나라는 선진국 그룹이 아니었기 때문에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또한 2차 공약기간에는 감축요청을 받았지만 법적규제가 없는 시기였다. 물론 탄소배출의 문제가 선진국만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실제로 2015년에는 선진국만이 아닌 195개 당사국 모두가 지켜야 하는 첫 번째 기후합의인 파리협약이 채택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중국이 전 세계인들, 특히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인해 온실가스를 배출량이 높아진다는 점이나 산업화 이후 기후 변화에 선진국이 기여한 바가 더 크다는 점은 여전히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그리고 올 해 7월 2일, 대한민국의 지위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그 지위가 변경되었다7).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의 에너지 정책에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에너지의 사용은 생존의 문제이다.
에너지에 대한 ‘전환적 사고’를 하자는 것이 지금까지 누리던 모든 것을 버리고 전기 없는 삶을 살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누렸던 것을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계속 누리기를 원한다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의 보급은 아주 요원한 일이 되지 않을까?
무턱대고 개인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죄책감을 갖게 하는 방식의 캠페인은 지양하고,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모두에게 에너지 정의가 실현되고 있는지,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누군가의 삶을 파괴한 결과이거나 파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위험한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시민들이 스스로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적인 뒷받침을 마련할 방안은 무엇인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통한 에너지 전환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자동차를 타지.
아들은 비행기를 탄다네.
아들의 손자는 아마 낙타를 다시 타야 할 거야.
- 사우디아라비아 속담 -
https://www.keep.go.kr/portal/135?action=edu_view&webzine_cd=210805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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