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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세상에 홀로 서는 너를 위하여9 - 켄트 너번

J_카타리나 2018. 3. 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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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홀로 서는 너를 위하여9 - 켄트 너번

   
정승현 옮김
발행처: 한마음사 

5. 소유물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단다.
그렇지만 내가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일은 오레곤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당시에 난 마을에서 약 40킬로미터나 떨어진 작은 오두막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때는 내가 가진 소유물이라고 해 봐야
내 차의 트렁크에 모두 쑤셔넣을 수 있을 정도의 것들이 전부였지.
그렇지만 거기엔 아무리 비싼 것이라도 비길 수 없는
나만의 소중함이 깃들어 있었단다.
-삶의 행로와 선택과 결정들,
그리고 또한 그것들은 내가 그때까지 살아온 역사였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힘을 주는 희망이었단다. -
과거의 추억이 깃든 골동품들과 앞을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것들.

편지들과 책들, 친구가 만들어준 인형, 타자기, 카메라, 스테레오,
사진 몇장과 원고들과 일기장과 시들,
마음에 꼭 드는 커다란 그릇과 냄비와 프라이팬...
그것밖에, 아니 그렇게나 많이 소유했단다.

그러나 어느 크리스마스 날
내가 2주동안 자리를 비웠다가 오두막에 다시 돌아왔을 땐,
그 모든 것이 매캐한 연기만 남기고 불타버린
잿더미처럼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종이들은 갈갈이 찢겨졌고 타자기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조각나 있었다.
카메라와 스테레오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심지어 사진들까지도 모두 망가져 있었다.
내 삶의 파편들과 덩어리들만이 쓰레기처럼
그 오두막집 주위에 산산히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인형은 찢기고 헤쳐져 난로에 쳐박혀 있었다.
누군가 그곳에 방뇨까지 했더구나.
나는 그만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어댔다.

그건 정만 슬픈 사건이었지.
그러나 때로는 삶이 추악한 형태를 띠고 우리에게 배달되기도 한단다.
누군가가 저지른 그 만행은 그때까지 나에게 발생했던
여러가지 일들 중에서 오히려 가장 좋은 일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 사건이 나를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시켰던 것이다.
그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나 스스로는 결코 그 소유물을 절반도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소유물은 곧 나였고, 나는 곧 그들이었다.
그것들 없이는 내 삶은 행로가 없는 삶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나는 그때까지 생각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발견했단다.
잃어버린 편지 속의 추억들은 여전히 나의 기억속에 남아 있었고,
인형을 만들어 준 친구의 손길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찢겨진 원고들은 나의 머리 속에서 더 높이 질적으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
자연스럽게 치유된 상처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창조적인 노력을 통해 나에게 열려졌단다.
책들은 도서관에 가서 빌려 보았고,
결국 새로운 스테레오와 카메라도 얻게 되었다.
삶은 게속되었고, 이제 잃어버릴 것이라곤 조금도 없었단다.
심지어는 전엔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어떤 존재에 대한 고마움조차 느꼈지.

그 도둑은 잔인한 선생이었지만
나에게 재산에 대한 어떤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앞으로는 물건들이
나를 결코 소유하지 못하게 할 것을 맹세했다.
반드시 내가 그것들을 소유해야겠다고 말이다.
그것은 어렵게 익힌 교훈이었지만,
모든 사람이 배울 필요가 있는 교훈이기도 하다.
지난 주에 너는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샀느냐?
네 삶은 얼마나 많이 소유하는가와 어떻게 구별되고 있느냐?
순간의 쾌락을 넘어서는 지속적인 행복을 만들어 내는 데는
얼마나 많은 물품들을 사용하고 있느냐?
아마 그리 많지는 않을 게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아가 고심해 보거라.
너는 네가 가진 것 중에서 얼마나 많은 소유물을 기꺼이 버릴 수 있겠니?
아마 거의 없을 게다.
우리의 소유물은 대부분이 우연한 사고로 없어질 뿐이다.
지갑에서, 선물 꾸러미에서, 점차로 눈이 쌓이듯 늘어나기만 하는 소유물은
우리를 그들의 한 부분이 되게끔 만들 때까지 우리의 주위에 계속 축적된다.
우리는 소유물이 되고 소유물은 우리가 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소유물일뿐이다.

우리의 내적 가치는 우리가 가진 소유물의 가치로 측정된다.
우리가 자신의 소유뮬과 동격이 되어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왜 그 물건을 버릴 수없는가 하는 이유를 찾기에 급급해한다.

"그건 누군가로부터 받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는 몇 년동안 그것을 계속 사용해 왔다."
"아마 그게 필요할 날이 언젠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만큼 그걸 가치있게 평가하는 삶은 아무도 없다.

감당하기 힘들 만큼 소유물이 쌓이는 동안에도
우리는 왜 그 물건을 팔아치울 수 없는가 하는 이유를 댄다.
"나는 그것이 제값을 받을 만한 곳에 가지 못했다.
"아무도 사길 원치 않는다."
그에 대한 모든 반론에 대해, 결국에 가서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 그것을 갖고 있고 싶다. 는 궁색한 말로써 변명한다.
  

출처 : 好學의 智慧硏究所
글쓴이 : 잔잔한 호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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