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나라(신앙글)

[스크랩] 왜 실망하십니까?

J_카타리나 2015. 12. 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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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대형교회의 세습 움직임에 대해 65명의 장신대 학생들이 공개질의서를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이들은 이런 말로 질의서를 끝냈습니다.


"M교회와 S교회가 이 땅의 가시적 교회로 하나님의 영광을 널리 드러내는 교회가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부디 한국교회의 암담한 현실 앞에 서 있는 이 후배들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 주십시오. 희생과 섬김의 길을 걸었던 그리스도처럼, 특권 포기라는 섬김의 길을 통해 먼저 된 자의 본을 보여 주십시오."


사실 이들의 이런 행동은 일반 사회의 게시판에 올리는 글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이런 글 하나로 그들은 영원히 목사가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목회자 사회의 분위기는 살벌합니다. 교수나 그 교단의 영향력 있는 목사 하나에게 잘못 보이면 그 교단에서는 영원히 목사 안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런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임에 틀림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진정성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보려는 희망은 사실 진정한 희망이 아닙니다. 절대로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 이 학생들의 충정어린 충고를 듣고 그 교회가 세습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결코 하나님 나라와 복음의 회복이 될 수 없습니다. 만일 정말 그 교회가 세습을 하지 않는다면 그 일이야말로 오히려 더 큰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교회는 계속해서 신뢰를 받고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신앙의 길을 걷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욕망에 휘둘리게 된 기독교가 단순화한 교리로 교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팔고 있었다는 이 엄연한 현실을 신학교에 진학할 정도의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라면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교회는 한국교회의 귀감이 될 수는 있어도 결코 복음이 말하는 진리의 길을 걷는 교회가 아니라는 걸 신학생들이라면 어렴풋이라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성경은 복음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통일시키는 것입니다."(엡1:10)


이 말씀에 대한 BCBC 주석을 보면 우주의 가장 끝까지 그리스도의 통치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라는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단순하게 복음의 목적이 아니라 복음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가의 예로 이 에베소서의 말씀을 사용합니다. 복음의 최종 종착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멸망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옮겨져 가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는 물론 온 우주가 그리스도의 발 아래 무릎을 꿇게 되는 곳입니다. 그 과정에서 새 사람이 된 그리스도인들은 선한 일을 하기 위한 하나님의 백성들로 살아가며 그리스도의 통치권이 우주의 끝까지 이루게 하는 하나님의 계획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영적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무엇보다 가장 먼저 옛 사람을 벗어버리는 일이 선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옛 사람은 다름 아닌 세상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그 옛 사람을 벗어버린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일을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은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사람을 원수로 만드는 곳입니다. 하지만 새롭게 주어진 교회라는 새로운 사회는 사람을 원수로 만드는 곳이 아니라 이미 원수가 되어버린 사람들까지 사랑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곳이며 미움과 증오와 적대감이 없는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시험의 장이 되는 곳입니다.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의 순간이 포함되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방향 자체가 세상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한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신학생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그 교회에서 이러한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에게서 선한 일을 위해 새롭게 창조된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우리는 자기들이 옳고 바르다는 자의식과 함께 자신들의 교회가 한국교회의 귀감이 된다는 하나님 나라에는 있을 수 없는 우월감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학생들은 그런 교회에서 세습이라는 김일성 왕조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세상의 방식인 옛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당연한 결과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성령의 열매를 말하기 전에 그냥 단순하게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세상의 지혜로도 그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최근 너무도 자연스럽게 세습이 이루어진 또 다른 교회에서 자신의 아들이 서울대학교를 나오고 고든 콘웰 신학을 나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이 모두 옛 사람의 방식이라는 한 길을 걷고 있다는 걸 구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신학생들이라면 오히려 반대로 그런 교회의 모습을 보고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이 얼마나 복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보고 애통해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는 세상 열락과 성공에의 의지 역시 발견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이 복음이 말하는 진리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옛 사람의 방식이며 행태라는 걸 확인하고 복음이 말하는 곤란하게 만들고 위태롭기 그지없는 모험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필사의 각오를 다져야 할 순간이라는 걸 깨달아야 할 시점이라는 말입니다.


노파심에 덧붙이면, 그들이 그런 길을 걷는 것은 오랜 시간 그들이 심어온 씨앗이 발아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리고 감추어도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정체성이 환하게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보는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다시 말해 새롭게 창조된 새 사람이라면 그런 그들의 모습을 불쌍히 여기며 그들도 복음에 동참할 수 있는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더욱 박차를 가해 진리의 길을 향한 자신의 의지를 불태워야 할 것입니다.


왜 실망하십니까?


자신이 실망하는 이유가 정말 무엇 때문인지 실재를 보고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부한 표현일는지 모르지만 진리인 복음의 길이 그래서 좁다는 걸 가슴 깊이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문제가 단순히 목사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진리의 문제임을 더 많은 사람들이 파악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출처 : ♡어지니♡
글쓴이 : 늘 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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