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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2년 전 6천 만 원에 마련한 반찬가게 4천6백 만 원 받고 30년 생업 포기하라니 억울
J_카타리나
2009. 2. 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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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6000만원에 마련한 반찬가게 4600만원 받고 30년생업 포기하라니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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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뉴타운·재개발·재건축 피해 서글픈 사연들
‘낙후된 도심을 정비하겠다’를 명목으로 1970년대부터 시작된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등 도심재생사업이 평범하게 살아온 서민들을 도시 빈민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33살 때 튀김장사를 시작해 어렵게 4평짜리 상가를 마련했지만 시세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보상금이 책정되면서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정경순씨(57·여). 주거 이전비 한 푼 못 받고 보금자리를 철거당한 이연우씨(43·여) 등 우리의 이웃들이 길거리로 내쫓기고 있는 것이다.
도심재생사업 대상지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주거·상가 세입자들과 주택·상가 주인 등 8명이 1일 경향신문사에 모여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털어 놓았다.
2007년 2월 강제 철거 이후 천막 안에서 살다가 추위를 견디다 못해 철거 현장 컨테이너에서 3년째 살고 있는 최영숙씨(46·여)가 이날 “아이들이 ‘왜 우리집이 철거되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해줄 말이 없어 가슴이 미어졌다”고 얘기하는 순간 참석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처지를 아파했다.
-“임대아파트도 2~3년 기다려야 될지말지고
전세옮길 돈 없으면 길거리 나앉으란 얘기지”-
사회=용산 참사를 계기로 뉴타운·재개발 등 도심재생사업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도심재생사업에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인데, 실제 그런지 도심재생사업 예정지에 사는 집 주인과 세들어 사는 분, 상가를 운영하는 분들이 직접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우선 전·월세로 살고 있는 분들은 어떻습니까.
이지연(주택 세입자)=2002년 결혼하면서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에서 7년째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2003년부터 재개발 바람이 불었습니다. 세입자인 저의 경우 임대아파트 입주가 가능했습니다. 조합 측에서 “이사를 가면 이사비용을 주고, 아니면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살고 있는데 최근 갑자기 “임대아파트 입주를 하려면 2~3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뉴타운이 너무 많이 조성되면서 임대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넘쳐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사를 가려 했는데 갈 수도 없게 됐습니다. 방 2칸짜리 집을 2500만원에 전세 살고 있었는데, 주변 전·월셋값이 치솟아 이 규모로 이사를 가려면 보증금 2500만원에 따로 월세를 50만~60만원을 내야 합니다. 반 지하에 수평도 맞지 않는 집 전셋값이 1억2000만원이나 합니다. 조합은 집을 비워달라고 하는데 나갈 수가 없는 처지입니다. 지금 보증금으로는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죽나 나가서 죽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연우(주택 세입자)=저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7년 동안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2007년 철거가 시작되면서 살고 있던 집이 반파됐지만 갈 곳이 없어 그냥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특히 재건축 사업예정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보상이 없습니다. 집 주인은 임대 보호기한이 남았는데도 집을 비워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변 시세를 알아봤지만 개발소문이 돌면서 전·월셋값이 크게 뛰었습니다. 돈이 없어 이사를 갈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2월9일에 강제철거를 당했습니다. 철거반원들이 살고 있는 집을 반쯤 부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 공터에 천막을 치고 강제철거 당한 분들과 함께 생활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반파된 전에 살던 집에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
최영숙(주택 세입자)=저는 수원시 이목동에서 5년 동안 방 2개짜리 집에서 2500만원에 전세를 살다가 지난해 8월 강제철거를 당해 지금은 인근에서 컨테이너를 개조해 살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계약기간이 끝날 즈음 집주인에게 이사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방을 빼주지 않아 원하지 않는 임대계약을 연장하게 됐고, 재개발을 맞게 됐습니다. 그때 이사 갔더라면 주변에 살 만한 집을 장만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재개발바람이 불면서 집값이 뛰었고, 이사를 갈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살던 집이 철거를 당한 것입니다. 이후 근방에 있는 빈 컨테이너를 개조해 세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게 아이들입니다. (울먹이며) 강제철거를 당한 이후 아이들이 묻더군요. “왜 아저씨들이 검은 옷을 입고 와서 집을 부쉈어요”라고요. 답변을 못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못난 모습을 보여 너무 미안하고….(참석자 모두 눈시울 붉힘)
사회=집을 갖고 계신 분들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낫지 않습니까. 집도 있고 땅 지분도 있는데요.
이미정(주택 소유자)=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10년간 살고 있습니다. 재개발이 시작되자 처음에는 조합에서 “1 대 1 맞교환”이라고 했습니다.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런데 철거 직전에 조합이 말을 바꾸기 시작하더군요. “대지 2평에 아파트 분양평수가 1평이다” “2 대 1이 안 된다”는 등 말입니다. 게다가 관리처분인가가 나오니 건평 24평짜리 집의 감정평가금액은 고작 1억원이었습니다. 32평형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졌는데 분양가가 4억2000만원입니다. 3억원이 넘는 돈을 더 내야 내 집을 장만한다니 말이 됩니까.
사회=상가는 사정이 어떻습니까.
신연악(상가 세입자)=경기 수원시 이목동에서 12년 동안 작은 식당을 운영해왔습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입니다. 권리금이 700만원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약기간을 3개월 남겨놓고 재개발 소식이 들리더군요. 주인에게 “이사 비용도 원하지 않으니 먼저 냈던 권리금 700만원 하고 보증금만 돌려주면 이사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보증금과 이사비용 100만원밖에 못 준다”고 했습니다. 권리금은 주인이 가게를 넘기면서 받아간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계약 기간이 지났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8월14일 상가가 강제철거됐습니다. 지금은 먹고 살 게 없어서 빚만 쌓이고 있습니다.
배신태(상가 세입자)=저는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 20년 동안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증금 1300만원에 월세 100만원으로 25평 규모입니다. 뉴타운이 들어서면 이사를 가야 하는데 주변에는 갈 곳이 없습니다. 마땅한 사업장을 알아보려고 한 달 넘게 다녀봤는데 제일 싼 데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이었습니다. 왕십리도 용산처럼 그런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대책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정경순(상가 소유자)=저는 1981년부터 29년째 서울 응암동에서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4평짜리 작은 구멍가게지만 다섯 식구가 사는 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생계가 막막합니다. 한때 시세가 1억원이 넘었던 가게 보상비가 4600만원입니다. 구입할 때 치른 돈 6000만원에도 모자랍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셈법이 어디 있습니까.
-완벽한 이주대책 먼저 마련을-
사회=억울한 일들을 많이 당하신 것 같은데, 왜 이런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지연=왕십리 뉴타운의 경우 법은 세입자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권과 주거이전비 4개월치, 이사비용 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합 측에서 이를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조합은 특히 ‘주거이전비 지급 채무 무존재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12월10일 기각 판결을 했습니다. 현재 조합은 항소를 한 상태로 2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조합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세입자들은 설 전부터 단체로 보상신청을 했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주지도 않고 있습니다.
정경순=조합에 협조하지 않으면 보상금이 적게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맞는 것 같습니다. 저의 4평짜리 가게는 6000만원 주고 샀는데도 보상금은 4600만원밖에 안 됐습니다. 이 돈으로는 다른 곳에 가서 세를 얻을 수도 없습니다. 그 사이 주변 상가 임대료가 크게 오른 탓입니다. 차라리 재개발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하는 생각뿐입니다. 그래서 전국철거민협의회에 가입했습니다.
이미정=처음에는 조합에서 ‘헌집 내놓으면 새집이 들어갈 수 있다’는 식으로 주민들을 설득했습니다. 주민들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건평과 아파트의 건평이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착각이었습니다. 게다가 살고 있는 집의 감정가격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됐습니다.
이는 조합 등 사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주민들에게 재개발사업계획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현행법 때문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들의 실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재개발사업에 동의하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입니다. 재개발 사업은 감정평가 후 주민들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공유된 뒤 사업승인을 해줘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할 수 있습니다.
기세성(상가 세입자)=상인들 중에는 직접 가게를 구입, 운영하는 사람도 있고, 임대를 해서 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경우라도 제대로 권리를 보장해 주는 법 조항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왕십리 뉴타운지역은 3000개 업체가 세입자입니다. 금형업체들이 모여 규모의 경제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뉴타운을 하면서 이들에게 그냥 나가라고 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도 보상금이지만, 먹고 살 대체 영업부지를 마련해줘야 이들이 나가서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상인들은 대체부지를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서울시나 구청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워주지 않았습니다.
이연우=재개발사업 관련 법은 세입자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권이나 이사비용 등을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건축이야말로 최소한의 이사 비용도 안 줘도 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제가 사는 성동구 성수동의 경우 땅 주인들이 모여 49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4개동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걸 짓기 위해서 많은 세입자들을 내쫓았습니다. 그러나 이사비용도 전혀 못 받았습니다. 임대아파트 입주권도 물론 없습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재건축 사업지에 살고 있는 영세 세입자들을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용역 무차별 구타…경찰은 뒷짐 -
사회=철거과정에서 용역 업체로 인한 피해가 많은데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시죠.
배신태=지난해 10월2일이었습니다. 주민 총회를 마친 뒤 주민들로 자율순찰대를 구성, 7명을 한조로 해서 왕십리 일대를 돌고 있었습니다. 그날 조합은 용역 직원들을 불러모아 무엇인가를 지시했습니다. 주민들이 그 과정을 쳐다보다 폭행을 당했습니다. 저의 경우 용역직원들에게 끌려가 무릎을 꿇리고 20~30분 동안 구타당했습니다. 용역직원은 안경 낀 저의 얼굴을 폭행했습니다. 병원에서 수술 받고 2주 동안 입원했고, 지금도 통원치료 중입니다.
기세성=배신태씨가 심하게 다쳤을 때 급한 마음에 112신고를 했는데 5분도 안 걸릴 거리에 있는 경찰이 1신간이나 지나서야 도착했습니다. 어딜 가나 철거업체·경찰·관공서·구청·조합이 서로 짠 것처럼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신연악=강제철거 전에 여러 차례 철거시도가 있었지만 우리는 계속 버텼습니다. 그러자 용역업체 직원이 “4채만 부수게 해주면 나머지는 안 부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양측이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14일 새벽 6시쯤 세입자들이 자고 있는 사이 용역업체 사람들이 몰려와 강제철거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식당에 가보니 문이 부서져 있었고, 내부도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했더니 뭐하러 들어가느냐면서 막았습니다. 겨우 사정해서 들어가니, ‘자식뻘’되는 청년들이 “빨리 찾아라. 뭘 꾸물거려”라며 험악한 말로 협박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못 챙겼고 입에 풀칠하던 생활터전을 잃고,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됐습니다.
정경순=제가 사는 응암동은 70~80%가량 철거가 된 상태인데 용산 참사가 일어나기 하루 전날 용역업체 사람들이 상가 2층 수도꼭지를 절단하는 바람에 1층 전기가 다 나가고 집기들은 물에 흠뻑 젖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를 항의하자 용역업체 사람이 배를 까서 내밀면서 ‘XX년 죽을래’라고 소리치며 때리려고 했습니다. 3·4월쯤 강제철거가 끝날 것 같은데 무섭고 두렵습니다.
이연우=성수동 재개발사업 예정지에선 용역업체 사람들이 저희 같은 세입자들은 물건 취급을 합니다. 2007년 2월9일에 강제철거가 시작됐는데 세입자 1명에 용역 5~6명씩 붙어서 짐짝 나르듯 다뤘습니다. 우리 중에 신부전증 환자가가 투석 중이어서 ‘이분은 잘못 건드리면 죽는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소용없었습니다. 용역들이 그 사람을 집어 던져 정신을 잃었습니다. 경찰은 대부분 수수방관했습니다.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눈물만 났습니다. 용역들은 건물을 포클레인으로 부쉈는데 누워서 못 나겠다고 버티니깐 건물 반만 부수고 돌아갔습니다.
-권리금 없는 보상비, 어디가나-
사회=그렇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지연=저는 뉴타운을 겪으면서 법 공부까지 했습니다. 재개발이라는 게 낙후된 시설을 진짜 살기 좋은 주거시설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라면 거기 살았던 사람이 다시 살아야 정상적인 정부 사업입니다. 우선 원주민들이 다시 살 수 있는 것을 법적으로 확실하게 정립을 시켜주길 바랍니다. 개발 당사자 간 공청회 같은 의사 소통이나 정보공개 같은 것들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결국 지주조합 몇몇 분들에 의해 비리가 계속 생기는 겁니다.
또 시급히 해야 할 부분이 이주대책 마련입니다. 보상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돈 때문에 죽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사람이 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서울에선 개발이 지금처럼 더 되면 세입자들은 전라남도나 충청남도의 시골까지 몰리게 될 것입니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이주대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게 완비된 다음에 재개발·재건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발의 형태를 불문하고 포기되는 권리에 따라 민간이건 공기업이건 상관 없이 보상법안은 한꺼번에 통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상부분도 시공사에 모두 맡기지 말고 건설사나 시에서 해야 할 것도 명확하게 정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구청·조합·시공사·용역·경찰 모두 한 팀
서민이 망루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죠”-
이연우=강제철거로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이 됐습니다. 허름한 건물에 아이들을 둘 수 없어서 친정집으로 보냈지만 2년 넘게 눈칫밥 먹고 있습니다. 서민을 보호할 수 있는 복지차원의 법이 생겨서 가족들과 화목하게 살고 싶습니다. 최소한 뉴타운·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잘 살고 있는 가족이 해체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합니다.
배신태=상가 세입자들에게는 이주비와 보상비가 지급됩니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이주를 위해 주변 가까운 곳의 가게를 알아보려고 한 달 넘게 다녀봤는데 나온 보상비로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저의 경우 25평짜리 가게에서 인테리어 제조업을 했는데 보증금 1300만원에 월세 100만원으로는 이만한 가게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금전보상으로는 생계가 불가능합니다. 상인에게는 일을 할 수 있는 상가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제대로 된 보상이 없으면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은 언제 어디서고 벌어질 수 있습니다.
기세성=실제로 왕십리 바로 옆 용두동 지역 임대비가 폭등했습니다. 왕십리에 모여 있는 3000여 금형업체들이 한꺼번에 이주하려다보니 임대료가 폭등한 것입니다. 상인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이주단지를 마련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합 측이 용역을 고용, 물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용역이 없어야 지역사람들이 싸울 일이 없고 용산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경찰 역시 구청이나 조합을 오가면서 타협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세입자들이랑 공청회를 열든가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최영숙=강제철거를 당하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철거된 짐을 수소문 끝에 찾았지만 컴퓨터도 없어지고 돈이 될 만한 물건은 사라졌습니다. 우리 집 짐은 목재소 같은 집 마당에 짐을 풀어놓고 텐트를 쳐놓아 비를 맞아 젖고 마르고 하는 바람에 가재도구가 모두 엉망이 됐습니다. 정말 그때 이건 폭력이다 싶었습니다. 누구를 위해 재개발하는 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정경순=힘들어서, 포기해서 나간 사람은 그렇다치고 억울하다고 남아 있는 사람이라도 의견을 들어줘서 신속히 해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내 재산 뺏기고 생업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얼른 해결돼서 생업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대화 했으면 용산참사 없었다-
사회=용산 참사가 벌어진 이후 요즘은 철거 현장에서의 폭행 등이 좀 수그러들었는지요.
최영숙=전에는 시행사 측에서 계속 돌아다녔지만 용산 참사 이후에는 좀 뜸해졌습니다.
정경순=용산 참사 전에는 용역들이 몰려다니면서 협박하고 ‘욕질’을 해댔는데 최근에는 공사도 중단하고 철거사무실에만 있고 자숙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협상하거나 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습니다.
이지연=용산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왕십리 1구역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경찰 태도는 조금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조합에 얘기 좀 하자고 찾아가면 건장한 용역들이 위압감을 조성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용산 참사 현장을 가보신 분도 있을 텐데 참사 소식을 접하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기세성=용산 참사 전에도 그곳을 몇 번 왔다 갔다 했습니다. 너무 비참했습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인데 어떻게 시민에게 물대포를 쏘고 특공대를 투입해서 죽일 수 있습니까. 사실 철거민들이 용역깡패만 없으면 경찰이랑 싸울 일도, 망루 지을 일도 없습니다. 경찰이 중재자 역할을 공정하게만 했더라도 용산 참사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경순=같은 철거민으로서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내가 당한 것하고 똑같은 입장입니다. 상가 세입자 등은 더 많은 걸 원치 않습니다. 똑같은 조건의 보상만을 바랄 뿐입니다.
최영숙=현장에 가 보니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소름끼치는 현실에 눈물만 왈칵 쏟아졌습니다.
이연우=만약 서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면 최소한 6명이나 숨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용산에서 단 한 차례의 경고를 제외하곤 대화도 없이 진압에 들어갔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지연=저는 용산 참사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을 일부 언론에서 폭력 집단 등으로 매도하는 게 화가 납니다. 그분들이 망루에 올라간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우리 같은 세입자들은 구청에도 찾아가고, 조합에도 찾아가고, 경찰에도 찾아가 “도와달라” “보호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문을 닫고 우리를 구석에 내몰아버렸습니다. 그 분들은 ‘망루에라도 올라가면 얘기를 들어주겠지…’하는 심정으로 망루농성을 했을 것입니다. 단지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인데, 농성 하루만에 테러범도 아닌 일반시민들에게 경찰이 특공대까지 투입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어떤 언론은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마치 폭력집단인 양 매도했는데 누가 자기 목숨을 걸고 그런 힘든 일을 하겠습니까. 절대 떼쓰려고 올라간 건 아니었습니다.
-“식당 권리금·보증금 돌려달라는 것뿐인데
용역 70명이 몰려와 집기 부수고 내쫓아”-
사회=시행·시공사들의 문제는 없는지요.
이지연=너무 서럽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서 살지만 서민들은 법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한테 여태껏 뭐했냐 하는 소리나 하고 아이들한테 부모들이 보여줘선 안 되는 싸움 보여줘야 하는 게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최영숙=시행사나 시공사에서 조합원과 세입자를 이간질시키는 것 같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늦게 나가면 조합원이 손해 본다는 시행사나 조합 집행부 얘기만 듣고 세입자를 더 내쫓으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기세성=시공사나 시행사 쪽에서 조합원들에게 세입자들을 쫓아내지 않으면 당신네 땅에 돌아가는 몫이 적어지고 이자를 받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또 이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에게는 보상도 조금밖에 안 해주는 등 반발을 무마하고 있습니다. 시공사는 손해날 일이 없습니다. 조합원들 구성시켜놓고 이사진 등 구성하는 데 돈 대주고 나중에 이익금 다 챙겨가는 식입니다.
사회=끝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주거 문제 때문에 갑자기 많은 일들을 겪게 된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경순=저는 33살부터 그 한자리에서만 튀김장사부터 지금 장사까지 하는데. 내가 61살인데 이대로 쫓겨나는 게 너무 억울합니다.
기세성=정부에서 제3자가 개입한단 얘기가 나오는데 철거민들이 뭔 힘이 있습니까. 용역들이 공포감 조성하니까 무슨 단체라도 힘을 빌려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하는 것 아닙니까. 법·제도가 잘되어 있으면 그런 일도 없을 것 아닙니까.
신연악=가족이라곤 남편과 둘입니다. 식당 하나로 벌어먹고 살았는데 갑자기 철거를 당하니깐 인생이 허무할 따름입니다.
‘낙후된 도심을 정비하겠다’를 명목으로 1970년대부터 시작된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등 도심재생사업이 평범하게 살아온 서민들을 도시 빈민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33살 때 튀김장사를 시작해 어렵게 4평짜리 상가를 마련했지만 시세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보상금이 책정되면서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정경순씨(57·여). 주거 이전비 한 푼 못 받고 보금자리를 철거당한 이연우씨(43·여) 등 우리의 이웃들이 길거리로 내쫓기고 있는 것이다.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철거를 당하거나 재산권을 침해 받고 있는 세입자·점포주·가옥주들이 1일 경향신문에서 자신들이 겪은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연·최영숙·신연악·이연우·정경순·배신태·기세성씨. <박재찬기자>
도심재생사업 대상지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주거·상가 세입자들과 주택·상가 주인 등 8명이 1일 경향신문사에 모여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털어 놓았다.
2007년 2월 강제 철거 이후 천막 안에서 살다가 추위를 견디다 못해 철거 현장 컨테이너에서 3년째 살고 있는 최영숙씨(46·여)가 이날 “아이들이 ‘왜 우리집이 철거되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해줄 말이 없어 가슴이 미어졌다”고 얘기하는 순간 참석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처지를 아파했다.
-“임대아파트도 2~3년 기다려야 될지말지고
전세옮길 돈 없으면 길거리 나앉으란 얘기지”-
사회=용산 참사를 계기로 뉴타운·재개발 등 도심재생사업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도심재생사업에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인데, 실제 그런지 도심재생사업 예정지에 사는 집 주인과 세들어 사는 분, 상가를 운영하는 분들이 직접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우선 전·월세로 살고 있는 분들은 어떻습니까.
이지연(주택 세입자)=2002년 결혼하면서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에서 7년째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2003년부터 재개발 바람이 불었습니다. 세입자인 저의 경우 임대아파트 입주가 가능했습니다. 조합 측에서 “이사를 가면 이사비용을 주고, 아니면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살고 있는데 최근 갑자기 “임대아파트 입주를 하려면 2~3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뉴타운이 너무 많이 조성되면서 임대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넘쳐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사를 가려 했는데 갈 수도 없게 됐습니다. 방 2칸짜리 집을 2500만원에 전세 살고 있었는데, 주변 전·월셋값이 치솟아 이 규모로 이사를 가려면 보증금 2500만원에 따로 월세를 50만~60만원을 내야 합니다. 반 지하에 수평도 맞지 않는 집 전셋값이 1억2000만원이나 합니다. 조합은 집을 비워달라고 하는데 나갈 수가 없는 처지입니다. 지금 보증금으로는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죽나 나가서 죽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영숙(주택 세입자)=저는 수원시 이목동에서 5년 동안 방 2개짜리 집에서 2500만원에 전세를 살다가 지난해 8월 강제철거를 당해 지금은 인근에서 컨테이너를 개조해 살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계약기간이 끝날 즈음 집주인에게 이사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방을 빼주지 않아 원하지 않는 임대계약을 연장하게 됐고, 재개발을 맞게 됐습니다. 그때 이사 갔더라면 주변에 살 만한 집을 장만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재개발바람이 불면서 집값이 뛰었고, 이사를 갈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살던 집이 철거를 당한 것입니다. 이후 근방에 있는 빈 컨테이너를 개조해 세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게 아이들입니다. (울먹이며) 강제철거를 당한 이후 아이들이 묻더군요. “왜 아저씨들이 검은 옷을 입고 와서 집을 부쉈어요”라고요. 답변을 못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못난 모습을 보여 너무 미안하고….(참석자 모두 눈시울 붉힘)
사회=집을 갖고 계신 분들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낫지 않습니까. 집도 있고 땅 지분도 있는데요.
이미정(주택 소유자)=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10년간 살고 있습니다. 재개발이 시작되자 처음에는 조합에서 “1 대 1 맞교환”이라고 했습니다.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런데 철거 직전에 조합이 말을 바꾸기 시작하더군요. “대지 2평에 아파트 분양평수가 1평이다” “2 대 1이 안 된다”는 등 말입니다. 게다가 관리처분인가가 나오니 건평 24평짜리 집의 감정평가금액은 고작 1억원이었습니다. 32평형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졌는데 분양가가 4억2000만원입니다. 3억원이 넘는 돈을 더 내야 내 집을 장만한다니 말이 됩니까.
사회=상가는 사정이 어떻습니까.
신연악(상가 세입자)=경기 수원시 이목동에서 12년 동안 작은 식당을 운영해왔습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입니다. 권리금이 700만원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약기간을 3개월 남겨놓고 재개발 소식이 들리더군요. 주인에게 “이사 비용도 원하지 않으니 먼저 냈던 권리금 700만원 하고 보증금만 돌려주면 이사를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보증금과 이사비용 100만원밖에 못 준다”고 했습니다. 권리금은 주인이 가게를 넘기면서 받아간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계약 기간이 지났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8월14일 상가가 강제철거됐습니다. 지금은 먹고 살 게 없어서 빚만 쌓이고 있습니다.
배신태(상가 세입자)=저는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 20년 동안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증금 1300만원에 월세 100만원으로 25평 규모입니다. 뉴타운이 들어서면 이사를 가야 하는데 주변에는 갈 곳이 없습니다. 마땅한 사업장을 알아보려고 한 달 넘게 다녀봤는데 제일 싼 데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이었습니다. 왕십리도 용산처럼 그런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대책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정경순(상가 소유자)=저는 1981년부터 29년째 서울 응암동에서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4평짜리 작은 구멍가게지만 다섯 식구가 사는 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생계가 막막합니다. 한때 시세가 1억원이 넘었던 가게 보상비가 4600만원입니다. 구입할 때 치른 돈 6000만원에도 모자랍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셈법이 어디 있습니까.
-완벽한 이주대책 먼저 마련을-
사회=억울한 일들을 많이 당하신 것 같은데, 왜 이런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지연=왕십리 뉴타운의 경우 법은 세입자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권과 주거이전비 4개월치, 이사비용 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합 측에서 이를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조합은 특히 ‘주거이전비 지급 채무 무존재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12월10일 기각 판결을 했습니다. 현재 조합은 항소를 한 상태로 2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조합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세입자들은 설 전부터 단체로 보상신청을 했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주지도 않고 있습니다.
정경순=조합에 협조하지 않으면 보상금이 적게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맞는 것 같습니다. 저의 4평짜리 가게는 6000만원 주고 샀는데도 보상금은 4600만원밖에 안 됐습니다. 이 돈으로는 다른 곳에 가서 세를 얻을 수도 없습니다. 그 사이 주변 상가 임대료가 크게 오른 탓입니다. 차라리 재개발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하는 생각뿐입니다. 그래서 전국철거민협의회에 가입했습니다.
이미정=처음에는 조합에서 ‘헌집 내놓으면 새집이 들어갈 수 있다’는 식으로 주민들을 설득했습니다. 주민들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건평과 아파트의 건평이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착각이었습니다. 게다가 살고 있는 집의 감정가격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됐습니다.
이는 조합 등 사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주민들에게 재개발사업계획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현행법 때문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들의 실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재개발사업에 동의하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입니다. 재개발 사업은 감정평가 후 주민들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공유된 뒤 사업승인을 해줘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할 수 있습니다.
기세성(상가 세입자)=상인들 중에는 직접 가게를 구입, 운영하는 사람도 있고, 임대를 해서 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경우라도 제대로 권리를 보장해 주는 법 조항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왕십리 뉴타운지역은 3000개 업체가 세입자입니다. 금형업체들이 모여 규모의 경제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뉴타운을 하면서 이들에게 그냥 나가라고 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도 보상금이지만, 먹고 살 대체 영업부지를 마련해줘야 이들이 나가서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상인들은 대체부지를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서울시나 구청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워주지 않았습니다.
이연우=재개발사업 관련 법은 세입자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권이나 이사비용 등을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건축이야말로 최소한의 이사 비용도 안 줘도 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제가 사는 성동구 성수동의 경우 땅 주인들이 모여 49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4개동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걸 짓기 위해서 많은 세입자들을 내쫓았습니다. 그러나 이사비용도 전혀 못 받았습니다. 임대아파트 입주권도 물론 없습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재건축 사업지에 살고 있는 영세 세입자들을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용역 무차별 구타…경찰은 뒷짐 -
사회=철거과정에서 용역 업체로 인한 피해가 많은데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말씀해 주시죠.
배신태=지난해 10월2일이었습니다. 주민 총회를 마친 뒤 주민들로 자율순찰대를 구성, 7명을 한조로 해서 왕십리 일대를 돌고 있었습니다. 그날 조합은 용역 직원들을 불러모아 무엇인가를 지시했습니다. 주민들이 그 과정을 쳐다보다 폭행을 당했습니다. 저의 경우 용역직원들에게 끌려가 무릎을 꿇리고 20~30분 동안 구타당했습니다. 용역직원은 안경 낀 저의 얼굴을 폭행했습니다. 병원에서 수술 받고 2주 동안 입원했고, 지금도 통원치료 중입니다.
기세성=배신태씨가 심하게 다쳤을 때 급한 마음에 112신고를 했는데 5분도 안 걸릴 거리에 있는 경찰이 1신간이나 지나서야 도착했습니다. 어딜 가나 철거업체·경찰·관공서·구청·조합이 서로 짠 것처럼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신연악=강제철거 전에 여러 차례 철거시도가 있었지만 우리는 계속 버텼습니다. 그러자 용역업체 직원이 “4채만 부수게 해주면 나머지는 안 부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양측이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14일 새벽 6시쯤 세입자들이 자고 있는 사이 용역업체 사람들이 몰려와 강제철거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식당에 가보니 문이 부서져 있었고, 내부도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했더니 뭐하러 들어가느냐면서 막았습니다. 겨우 사정해서 들어가니, ‘자식뻘’되는 청년들이 “빨리 찾아라. 뭘 꾸물거려”라며 험악한 말로 협박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못 챙겼고 입에 풀칠하던 생활터전을 잃고,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됐습니다.
정경순=제가 사는 응암동은 70~80%가량 철거가 된 상태인데 용산 참사가 일어나기 하루 전날 용역업체 사람들이 상가 2층 수도꼭지를 절단하는 바람에 1층 전기가 다 나가고 집기들은 물에 흠뻑 젖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를 항의하자 용역업체 사람이 배를 까서 내밀면서 ‘XX년 죽을래’라고 소리치며 때리려고 했습니다. 3·4월쯤 강제철거가 끝날 것 같은데 무섭고 두렵습니다.
이연우=성수동 재개발사업 예정지에선 용역업체 사람들이 저희 같은 세입자들은 물건 취급을 합니다. 2007년 2월9일에 강제철거가 시작됐는데 세입자 1명에 용역 5~6명씩 붙어서 짐짝 나르듯 다뤘습니다. 우리 중에 신부전증 환자가가 투석 중이어서 ‘이분은 잘못 건드리면 죽는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소용없었습니다. 용역들이 그 사람을 집어 던져 정신을 잃었습니다. 경찰은 대부분 수수방관했습니다.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눈물만 났습니다. 용역들은 건물을 포클레인으로 부쉈는데 누워서 못 나겠다고 버티니깐 건물 반만 부수고 돌아갔습니다.
-권리금 없는 보상비, 어디가나-
사회=그렇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지연=저는 뉴타운을 겪으면서 법 공부까지 했습니다. 재개발이라는 게 낙후된 시설을 진짜 살기 좋은 주거시설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라면 거기 살았던 사람이 다시 살아야 정상적인 정부 사업입니다. 우선 원주민들이 다시 살 수 있는 것을 법적으로 확실하게 정립을 시켜주길 바랍니다. 개발 당사자 간 공청회 같은 의사 소통이나 정보공개 같은 것들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결국 지주조합 몇몇 분들에 의해 비리가 계속 생기는 겁니다.
또 시급히 해야 할 부분이 이주대책 마련입니다. 보상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이 돈 때문에 죽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사람이 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서울에선 개발이 지금처럼 더 되면 세입자들은 전라남도나 충청남도의 시골까지 몰리게 될 것입니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이주대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게 완비된 다음에 재개발·재건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발의 형태를 불문하고 포기되는 권리에 따라 민간이건 공기업이건 상관 없이 보상법안은 한꺼번에 통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상부분도 시공사에 모두 맡기지 말고 건설사나 시에서 해야 할 것도 명확하게 정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구청·조합·시공사·용역·경찰 모두 한 팀
서민이 망루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죠”-
이연우=강제철거로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이 됐습니다. 허름한 건물에 아이들을 둘 수 없어서 친정집으로 보냈지만 2년 넘게 눈칫밥 먹고 있습니다. 서민을 보호할 수 있는 복지차원의 법이 생겨서 가족들과 화목하게 살고 싶습니다. 최소한 뉴타운·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잘 살고 있는 가족이 해체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합니다.
배신태=상가 세입자들에게는 이주비와 보상비가 지급됩니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이주를 위해 주변 가까운 곳의 가게를 알아보려고 한 달 넘게 다녀봤는데 나온 보상비로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저의 경우 25평짜리 가게에서 인테리어 제조업을 했는데 보증금 1300만원에 월세 100만원으로는 이만한 가게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금전보상으로는 생계가 불가능합니다. 상인에게는 일을 할 수 있는 상가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제대로 된 보상이 없으면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은 언제 어디서고 벌어질 수 있습니다.
기세성=실제로 왕십리 바로 옆 용두동 지역 임대비가 폭등했습니다. 왕십리에 모여 있는 3000여 금형업체들이 한꺼번에 이주하려다보니 임대료가 폭등한 것입니다. 상인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이주단지를 마련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합 측이 용역을 고용, 물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용역이 없어야 지역사람들이 싸울 일이 없고 용산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경찰 역시 구청이나 조합을 오가면서 타협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세입자들이랑 공청회를 열든가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최영숙=강제철거를 당하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철거된 짐을 수소문 끝에 찾았지만 컴퓨터도 없어지고 돈이 될 만한 물건은 사라졌습니다. 우리 집 짐은 목재소 같은 집 마당에 짐을 풀어놓고 텐트를 쳐놓아 비를 맞아 젖고 마르고 하는 바람에 가재도구가 모두 엉망이 됐습니다. 정말 그때 이건 폭력이다 싶었습니다. 누구를 위해 재개발하는 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정경순=힘들어서, 포기해서 나간 사람은 그렇다치고 억울하다고 남아 있는 사람이라도 의견을 들어줘서 신속히 해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내 재산 뺏기고 생업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얼른 해결돼서 생업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대화 했으면 용산참사 없었다-
사회=용산 참사가 벌어진 이후 요즘은 철거 현장에서의 폭행 등이 좀 수그러들었는지요.
최영숙=전에는 시행사 측에서 계속 돌아다녔지만 용산 참사 이후에는 좀 뜸해졌습니다.
정경순=용산 참사 전에는 용역들이 몰려다니면서 협박하고 ‘욕질’을 해댔는데 최근에는 공사도 중단하고 철거사무실에만 있고 자숙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협상하거나 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습니다.
이지연=용산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왕십리 1구역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경찰 태도는 조금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조합에 얘기 좀 하자고 찾아가면 건장한 용역들이 위압감을 조성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용산 참사 현장을 가보신 분도 있을 텐데 참사 소식을 접하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기세성=용산 참사 전에도 그곳을 몇 번 왔다 갔다 했습니다. 너무 비참했습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인데 어떻게 시민에게 물대포를 쏘고 특공대를 투입해서 죽일 수 있습니까. 사실 철거민들이 용역깡패만 없으면 경찰이랑 싸울 일도, 망루 지을 일도 없습니다. 경찰이 중재자 역할을 공정하게만 했더라도 용산 참사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경순=같은 철거민으로서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내가 당한 것하고 똑같은 입장입니다. 상가 세입자 등은 더 많은 걸 원치 않습니다. 똑같은 조건의 보상만을 바랄 뿐입니다.
최영숙=현장에 가 보니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소름끼치는 현실에 눈물만 왈칵 쏟아졌습니다.
이연우=만약 서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면 최소한 6명이나 숨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용산에서 단 한 차례의 경고를 제외하곤 대화도 없이 진압에 들어갔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지연=저는 용산 참사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을 일부 언론에서 폭력 집단 등으로 매도하는 게 화가 납니다. 그분들이 망루에 올라간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우리 같은 세입자들은 구청에도 찾아가고, 조합에도 찾아가고, 경찰에도 찾아가 “도와달라” “보호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문을 닫고 우리를 구석에 내몰아버렸습니다. 그 분들은 ‘망루에라도 올라가면 얘기를 들어주겠지…’하는 심정으로 망루농성을 했을 것입니다. 단지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인데, 농성 하루만에 테러범도 아닌 일반시민들에게 경찰이 특공대까지 투입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어떤 언론은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마치 폭력집단인 양 매도했는데 누가 자기 목숨을 걸고 그런 힘든 일을 하겠습니까. 절대 떼쓰려고 올라간 건 아니었습니다.
-“식당 권리금·보증금 돌려달라는 것뿐인데
용역 70명이 몰려와 집기 부수고 내쫓아”-
사회=시행·시공사들의 문제는 없는지요.
이지연=너무 서럽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서 살지만 서민들은 법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한테 여태껏 뭐했냐 하는 소리나 하고 아이들한테 부모들이 보여줘선 안 되는 싸움 보여줘야 하는 게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최영숙=시행사나 시공사에서 조합원과 세입자를 이간질시키는 것 같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늦게 나가면 조합원이 손해 본다는 시행사나 조합 집행부 얘기만 듣고 세입자를 더 내쫓으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기세성=시공사나 시행사 쪽에서 조합원들에게 세입자들을 쫓아내지 않으면 당신네 땅에 돌아가는 몫이 적어지고 이자를 받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또 이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에게는 보상도 조금밖에 안 해주는 등 반발을 무마하고 있습니다. 시공사는 손해날 일이 없습니다. 조합원들 구성시켜놓고 이사진 등 구성하는 데 돈 대주고 나중에 이익금 다 챙겨가는 식입니다.
사회=끝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주거 문제 때문에 갑자기 많은 일들을 겪게 된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경순=저는 33살부터 그 한자리에서만 튀김장사부터 지금 장사까지 하는데. 내가 61살인데 이대로 쫓겨나는 게 너무 억울합니다.
기세성=정부에서 제3자가 개입한단 얘기가 나오는데 철거민들이 뭔 힘이 있습니까. 용역들이 공포감 조성하니까 무슨 단체라도 힘을 빌려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하는 것 아닙니까. 법·제도가 잘되어 있으면 그런 일도 없을 것 아닙니까.
신연악=가족이라곤 남편과 둘입니다. 식당 하나로 벌어먹고 살았는데 갑자기 철거를 당하니깐 인생이 허무할 따름입니다.
경향신문 <사회|한대광기자 정리|구교형·조미덥기자>
출처 : 새기모 - 새로운 기독교를 열어 가는 모임 -
글쓴이 : 최승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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