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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느님의 작품

J_카타리나 2008. 10. 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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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길에 빗님이 오셔서 덕분에 차를 얻어타고 왔습니다

가뭄으로 아파트 앞 냇가는 물반 고기반입니다

오랫만에 내리는 비가 반가워 작은 물고기들이

몸을 연신 하얗게 뒤집으며 빗방울과 조우 합니다

저녁운동을 못 시킬것 같아 비가 더 내리기전에

서둘러 가방을 현관에 던져놓고 블레이드를 신깁니다

 

녀석을 성당 마당에 풀어놓으면 그래도 기본 양심은 있어서^^

성모님 앞에 가서 "머리~가슴~어깨~" 하며 나름 성호를 긋습니다

그리곤 "성모님 안녕하세요~ 재원이 왔어요~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아멘~!"

일사천리로 읊고는 룰룰대며 블레이드를 탑니다

내리는 비로 마치 성모님이 울고 계신듯 해서 가슴이 찡해옵니다

두 팔을 펼치고 계신 아기 예수님도 오늘따라 슬퍼 보입니다

성모님 앞에 서서 재빨리 기도를 드리고 눈으로 눔이를 쫓으며

 다시, 천천히 성모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이 비가 그치고나면 추워질거라는데

우중에 우산도 없이 할머님 한분이 주목나무 열매를 따고 계십니다

눈이 마주치니 빙그레 웃으시는데

손에 든 바가지에는 빨간 주목나무 열매가 가득입니다

부지런하셔서 잠시도 가만 못 계시는 할머니는

볕이 좋으면 돗자리위에 고추,나물들,버섯,피땅콩, 은행알까지

별별것을 다 말리시며 놀이터에 앉아 늘 흐뭇하게 웃고 계십니다

재원이를 보시곤 "비오는데 집에 안가고..." 하시니

눔이는 "집에 안가고~" 하며 따라합니다^^

 

우산을 뱅뱅 돌리며 눔이가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빗속에 우산도 제대로 안쓰고 블레이드를 타는데도

신기하게 옷이 별로 안 젖습니다

<빗 사이로 막가> 몸매도 아닌데 참 신기하지요?^^

눈을 들어 먼 산을 쳐다보니 비에 젖어 단풍이 짙어진듯 보입니다

건듯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후두둑... 빗방울을 떨어트립니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 터트리던 나이가 엊그제같은데

이젠 날리는 낙엽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 집니다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엔 무지개가 없다

 

엊저녁 운동을 마치고 냄펴니가 돌아와 저에게 자랑을 합니다

"글쎄 재원이가 몸이 좀 피곤한지 뛰다가 말고 <힘들어~> 하지않겠어?

그리곤 또 <집에 가요> 하더라구~!"

그랬어요~? 제가 반색을 하니 그러엄~! 합니다

혼자 욕실에 뛰어들어간 눔이가 찬물을 틀었는지 "앗 차거~!" 하는 소리가 나니

냄펴니가 신이나서 "저봐 <앗 차거~> 도 하잖아!" 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눔이를 씻기러 들어가는 냄펴니를 보면서

별거아닌것도 같이 기뻐할 사람이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오래도록 같이 기뻐할일이 있을것 같습니다

빈둥지 증후군이란건 느낄 겨를도 없이

뻐꾸기 새끼마냥 우리보다 더 커다란 새끼를 먹이고 돌보느라

늙어서까지 종종댈테니까요^^

그리곤 매일 저녁, 오늘은 눔이가 무슨 새로운 말을 했나

무슨무슨 기특한 행동을 했나 서로 침튀기며 자랑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키듯이 그렇게 우리 곁에 오래오래 있어줄 눔이가 고맙습니다

 

빗속에 공차는게 쵝오! 라는 냄펴니 아들이라 그런지

저는 추워서 소름이 오스스...인데

눔이는 신이나서 연신 싱글벙글

하늘을 올려다보며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즐깁니다

가끔 스르르 제 곁으로 와선 눈높이를 맞추느라 고개를 좀 숙이고

제 눈을 빤히 쳐다보다가 씩 웃고 갑니다

'어... 싱거운 놈 ...'^^

마치 엄마가 자기보다 작아진게 신기한듯한 표정입니다

누구말처럼 손톱이 자라나듯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그러나 어김없이 자라나있는 눔이를 보면

한번씩 무릎이 푹푹 꺾이다가도 주저앉지 못하고

억지로 힘을 내곤 합니다

 

과학 시험을 순전히 찍어서 30점을 맞은 눔이한테

한 친구가 자기에게도 찍신이 강림하게 해달라고 통사정을 합니다

자기는 그래도 공부란걸 했는데도 재원이보다 안 나왔다고

끝내 점수는 안 가르쳐 주더군요^^

인터넷 뉴스를 보니 장애학생들이 평균을 깎아먹을것을 우려해서

일제고사날 그 아이들만 체험학습을 시켰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젠 내공이 쌓여^^ 그런 기사를 봐도 흥분하지않고

곰곰 생각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험험...^^

그리곤...진심으로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 사회가 어떻게 되어가려고 이러는가 하는 생각에요

 

찍어서 30점은 맞은 우리 아들눔이는 그렇다치고

체험학습을 보내버리지도 못하는

비장애이고 공부못하는 아이들은 어디로 보내버릴 건가요?

필연적으로 ,줄세우기를 하면 일등도 꼴찌도 있어야하는데

사람에게 과연 갖추어야할 덕목이 공부밖에 없는건지요

그리고 그 공부라는게 시험지로 점수매겨지는 공부밖에 아닌지요...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자괴감이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들지 않을수 가 없습니다

그렇게 키워놓고 나중에 공부외에 무슨 다른 덕목을 주문할수 있겠습니까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

"너나 잘 하세요~"

이렇게 안될 자신이 있으십니까?

 

단독주택에 사는 친구말이

 동네에 노인복지센타가 들어서려는데 그러면 집값이 내려간다고

반대하는 서명을 받으러 사람들이 왔었다나요

아저씨는 안 늙으세요? 하고 돌려보냈다는데

참 화가 나더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공부는 물론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고

늙지도 않아야하며

아프거나 다쳐서 장애가 되어도 안되고

외모나 취미가 남달라도 안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단 한사람도 똑같지 않게 만드신 이유는

각자가 다 가치있고 아름다워서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하느님의 <작품>들에 어딜 감히 토를 달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하느님의 작품이라고

신부님께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저는 믿습니다...

 

 

 

 

 

 

 

 

 

 

 

 

 

 

출처 : 상록수 자활센터
글쓴이 : 문패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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